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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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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법이 계좌이체 방식에서 직접 현금을 받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처벌 수위는 낮아지고 있다. 현금을 직접 받으러 오는 일명 '현금 수거책'은 보이스피싱의 핵심 가담자이지만 이들에게 집행유예나 무죄가 선고되는 일이 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에 현금 수거책으로 가담해 총 11명에게 2억원 이상 피해를 입힌 A씨(43)는 지난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고인 A씨는 지난해 11월 말 채용 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제안을 받고 현금 수거책 역할을 맡았다. A씨는 피해자를 만나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를 재차 속이고 현금을 넘겨받았다. 이어 지정된 계좌로 현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작년 12월 한 달 사이에만 총 11명의 피해자에게 16회에 걸쳐 2억1750만원의 현금을 받았다. 피해자 1명당 평균 2000만원의 피해를 입힌 셈이다.
A씨에 대해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사기' 혐의가 인정됐지만, 그에게 선고된 형벌은 사회봉사 120시간과 추징금 400만원에 그쳤다.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도 이를 감수하기는 했으나 범행에 가담하기를 바라거나 심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양형 이유였다.
법원 관계자는 "현금 수거책이 미필적 고의로 범행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보이스피싱 범죄의 공범에 해당한다는 점을 대중이 잘 모르기 때문에 처벌을 무겁게 해도 하위 조직원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나타난다. 지난 6월 대법원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구인광고에 속아 보이스피싱 범행의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B씨(40)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1심은 B씨에게 사기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과 관련돼 있다고 인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법인 대륜의 명현준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총책과 관리책은 주로 해외에 거주해 검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에는 현금 수거책을 사기죄의 공범으로 쉽게 인정하면서 본범과 유사하게 실형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방조의 고의를 쉽게 인정하는 것이 형사정책상 올바른 판단이냐는 논의가 일면서 처벌수위가 다소 낮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