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권 삭제됐지만 체벌 여전…"긍정 양육에 국가 나서야" [아동학대 예방 기획]

언론매체 EBS

작성일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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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권 삭제됐지만 체벌 여전…"긍정 양육에 국가 나서야" [아동학대 예방 기획]

[EBS 뉴스12]

아동학대 대부분은 가정 안에서, 부모에 의해 일어납니다.

친권자는 아이를 징계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징계권'이 우리 법률에서 완전히 삭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체벌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게 사실인데요.

체벌 없이도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하게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송성환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같이 가지 않겠다는 6살 자녀의 팔을 강하게 잡아끈 엄마.

동생과 싸우고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며 4살 아이를 현관문 밖에 혼자 있게 한 아빠.

내 자식이라는 생각으로 무심결에, 혹은 정당한 훈육이라고 생각하고 저지른 이 행동들 모두, 법원에서 아동학대로 판단한 실제 사례들입니다.

인터뷰: 이의석 변호사 / 법무법인 대륜

"부부 싸움 과정에서 자녀가 노출되는 것도 아동학대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행위거든요. 그래서 자녀가 들을 수 있는 공간에서 서로 욕설을 한다든지…."

친권자는 자녀에게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징계권.

민법 처음 만들어진 1958년부터 제915조에 명시돼 있던 이 조항은 지난 2021년, 제정 62년 만에 폐지됐습니다.

부모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이로써 우리나라 법 체계에서 부모가 자녀를 체벌할 수 있는 근거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이완정 교수 / 인하대학교 아동심리학과

“아동에 대한 체벌과 같은 징계 방식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고 아동의 권리와 복지를 강조하는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서 보다 좀 긍정적인 방식으로 훈육을 하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징계권이 사라진 지 3년이 더 지난 지금도 체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은 여전히 훈육을 위해 신체적 체벌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68%는 징계권이 삭제된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인터뷰: 체벌 경험 부모

"회초리를 때린다든지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간다든지 그렇게 되면 또 요즘 교육이 또 잘 돼 있어서 아이는 경찰에 신고를 해요. 그런 과정에 그럼 경찰이 저희 집에도 오는 경우가 있고 너무나 당혹스러웠죠."

그렇다면 체벌 없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징계권 삭제 이후 아동보호 학계와 전문가들은 머리를 맞대고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바라보는 것을 전제로 한 '긍정양육 129원칙'을 만들었습니다.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자녀와 부모 본인을 돌아보고, 함께 성장하는 긍정적 양육을 실천하자는 겁니다.

인터뷰: 정익중 원장 / 아동권리보장원

"(자녀들이) 물론 훈육을 받아야 되고 교육을 받아야 되긴 하지만 같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될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이기 때문에 저절로 아동학대 예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을 알더라도, 실제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

방송과 육아 서적 등을 통해 자녀 양육 정보를 단편적으로 받아들이는 대다수 부모들은 가정으로 돌아와 다시 한 번 벽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하나 교수 / 울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모교육) 프로그램 참여자를 살펴봤더니 그 부모들의 특성이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는 부모들도 많고 그런데 정작 아동학대 예방교육이라든지 부모교육이 필요한 그 부모들은 실제 참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다라는 게 문제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부모 한명 한명의 양육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단순히 부모교육을 제공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양육에서 오는 부담과 고충을 가까운 거리 안에서 쉽게 해소할 수 있는 기반을 국가가 책임지고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장영인 교수 /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언제라도 내가 궁금한 게 있고 어려움이 닥치면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사회에서 어떤 지원을 신청해서 큰 비용 부담 없이 공신력 있는 어떤 기관, 공신력 있는 사람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원스톱 시스템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 서울 서초구는 지난 2021년 구청과 경찰, 민간이 힘을 모아 아동학대 신고 조사부터 교육과 치료, 상담 등 사후 관리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국내 첫 아동학대대응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개입이 필요한 지역 내 가정을 조기에 발견해, 부모교육 등 학대 예방 프로그램을 제때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윤연 아동보호팀장 / 서울특별시 서초구청

"지자체 예산이 전적으로 지원이 된 부분인 거죠. 그래서 저희가 더 열심히 아동학대 예방뿐만이 아니라 조사도 열심히 할 수 있고 사후 관리까지, 프로그램까지 (개발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처음이라 미숙할 수밖에 없는 아이를 키우는 일.

아이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환경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설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저희가 해야 될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워야 될 때 실질적으로 해야 되는 교육에 대해서는 전무하잖아요. 교육이 없잖아요. 그러니 아이를 어떻게 키우겠어요? 다들 막연하고 힘들고 어려우니 그냥 안 낳겠다라고 가는 거죠."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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